사진/ NBC
연방대법원 보수 성향 판사들이미국 최초의 종교 기반 공립 차터스쿨 설립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정교분리 원칙에 대한 전국적인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쟁점이 된 학교는 세인트 이시도르 가톨릭 버추얼 스쿨(St. Isidore of Seville Catholic Virtual School)로, 오클라호마주 전역에서 온라인으로 가톨릭 신앙을 교육할 계획이다. 이 학교는 오클라호마시티 대교구와 털사 교구가 공동 제안한 것으로, 오클라호마 주 차터스쿨 이사회(Statewide Charter School Board)의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공화당 소속인 겐트너 드러먼드 오클라호마주 법무장관은 이 학교가 미국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하는 정교분리 원칙(Establishment Clause)을 위반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공립학교로 간주되는 차터스쿨이 특정 종교를 홍보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NBC 뉴스에 따르면 보수 성향의 판사들은 이번 사건에서 종교적 차별을 금지하는 자유 신앙 조항(Free Exercise Clause)을 중심으로 논의를 이끌었다. 브렛 캐버노 판사는 “종교 기관이나 종교적 발언을 2등 시민처럼 취급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며 “공공 프로그램에서 종교를 배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또한 새뮤얼 얼리토 판사는 드러먼드 장관이 “이번 판결이 무슬림 학교 설립을 허용하는 길을 열 수 있다”고 한 발언을 문제 삼으며, 특정 종교에 대한 적대감을 나타낸 것으로 간주했다.
반면 소니아 소토마요르와 엘레나 케이건, 케탄지 브라운 잭슨 등 진보 성향의 판사들은 “자유 신앙 조항이 정교분리 조항을 압도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소토마요르 판사는 “이런 판결이 창조론 교육을 허용하고, 영어가 아닌 종교 언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유대인 학교까지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의 향방은 존 로버츠 대법원장에게 달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는 양측 모두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으나, 2021년 필라델피아의 가톨릭 위탁 기관에 유리한 판결을 언급하며 St. Isidore 측 주장에 일정 부분 공감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번 사건은 6대 3의 보수 우위 대법원 구성에도 불구하고,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가 자진 기피한 상태여서 4대 4의 판결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배럿 판사는 노틀담 대학교 로스쿨 교수로 재직하며 해당 학교의 종교자유 법률 클리닉과 관계를 맺은 바 있어 이번 사건에서 물러났다.
이번 판결은 오클라호마뿐 아니라, 미국 전역 46개 주가 운영 중인 공립 차터스쿨 제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주는 종교 단체의 참여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번 사건이 종교계 차터스쿨의 길을 열게 된다면 관련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미공립차터스쿨연합(NAPCS)은 법정 의견서에서 “차터스쿨이 공립학교가 아니라는 판결이 나올 경우, 많은 학교들이 공적 자금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방정부의 차터스쿨 보조금 프로그램 역시 종교 학교에는 자금을 지원하지 않도록 되어 있어, 이 판결의 파장은 연방 차원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