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구글어스에는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으로 표기하고 있다.
미국 하원이 공화당 주도의 법안인 ‘멕시코만(Gulf of Mexico)’의 명칭을 ‘아메리카만(Gulf of America)’으로 변경하는 법안을 211대 206의 표차로 통과시켰다. 법안은 공화당이 다수당인 상원으로 넘어가 심의를 앞두고 있다.
이 법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마련됐으며, 트럼프의 핵심 지지자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공화·조지아) 하원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트럼프는 대통령 첫날 행정명령으로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으로 개명할 것을 지시했고 해안경비대 등 일부 연방 기관은 이미 새로운 명칭을 사용 중이다. 그러나 다른 국가들은 이를 공식 명칭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린 의원은 법안 발의 당시 성명에서 “미국은 멕시코만의 안보와 상업 항로를 지키기 위해 막대한 비용과 군사력을 투입하고 있다”며 “이 만은 우리의 것이며 전 세계가 이를 ‘아메리카만’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CNN에 따르면 아메리카만 법안은 공화당 내에서도 논란을 일으켰다. 네브래스카 출신 돈 베이컨(Don Bacon, 공화당) 하원의원은 민주당과 함께 반대표를 던지며, “이건 그냥 유치한 법안”이라며 “우리는 제국주의적 국가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강하게 반발했다. 펜실베이니아주의 메리 게이 스캔런 의원은 “의회에 있으면서 본 가장 어리석은 법안일 수 있다”며 “국민들이 원하는 건 이런 게 아니고, 진짜 중요한 과제를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법안은 통과되더라도 미국 내 지도, 문서, 교과서 등 모든 연방 문서에 명칭 변경을 적용하는 데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법안이 국제적으로 얼마나 인정받을지는 불확실하며, 일부 국가는 여전히 ‘Gulf of Mexico’라는 명칭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페르시아만(Persian Gulf)의 명칭도 ‘아라비아만(Gulf of Arabia)’ 또는 ‘아라비안 걸프(Arabian Gulf)’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다음 주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을 방문할 예정이며, 중동 외교 일정 중 공식 발표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미향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