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미경제연구소 홈페이지 (KEI, Korea Economic Institute of America)
타이완 유사시에 주한미군이 개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전략적 유연성’을 둘러싼 논의가 한국 안보 정책의 주요 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는 주한미군의 역할이 한반도 방어를 넘어 인도-태평양 전역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의미하며, 한국 내 정치·외교적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고 중도성향의 싱크탱크인 한미경제연구소(KEI, Korea Economic Institute of America)가 분석했다.
한미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2006년 한미가 발표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공동성명은 종종 양국이 정식 합의했다고 잘못 이해되지만, 실제로는 양측이 “사실상 입장 차이를 동의 없이 인정한 채 외교적 절충”에 도달한 것이다.
미국은 이후 “위기 시 한미 연합 방위를 지원하기 위해 전략적 유연성을 갖춘 미군 전력 배치”라는 방향으로 개념을 재정립했고, 이는 한국 내 우려를 달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그러나 2010년대 후반부터 타이완 분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한미군의 지역 분쟁 개입 가능성’에 대한 미국 내부 논의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한 미국 국방부 관계자는 “지도상에 한반도와 주한미군이 버젓이 있는데, 왜 타이완 시나리오에서 빠져야 하느냐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전직 국방 관계자는 “미국이 전쟁에 돌입할 경우 동맹국을 함께 끌어들이는 것이 일반적이며, 필요하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국방부 내에서는 주한미군 일부 병력이나 자산이 타이완 유사시 투입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으며, 실제로 여러 워게임 시뮬레이션에서 미 7공군과 한반도 주둔 정찰 전력이 언급된 바 있다.
다만 주한미군의 현재 임무와 구조는 타이완 개입에 적합하지 않다는 반론도 여전히 유효하다. 주한미군은 주로 한반도 내 지상전과 연합군 수용·전개·통합(RSOI)을 위한 역할에 집중돼 있으며, 타이완 분쟁과 같은 해상·공중 중심 분쟁에는 구조적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미경제연구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만약 주한미군 병력 일부가 타이완 분쟁에 투입될 경우 이는 단순한 유연성 문제를 넘어 분쟁 자체가 한반도를 포함한 전역으로 확산된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경우 미국과 한국 모두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할 수 있으며 양국 내의 정치적 혼란 역시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이어 복수의 미국 및 한국 관계자들은 최근 주한미군 사령관들이 공식적으로 ‘지역 분쟁 대비’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타이완을 포함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실제 병력 이동까지는 여전히 “한반도 방어”라는 기존 임무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전 트럼프 행정부 국방전략담당 부차관보였던 엘브리지 콜비는 “주한미군이 북한 억제를 위해 ‘인질’처럼 묶여 있어선 안 된다”고 주장한 바 있으며, 이는 미국의 전략적 인식 변화가 단지 이론에 머무르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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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향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