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CNN (Many ultraprocessed foods are made with soybean and other vegetable oils that contain higer levels of omega-6 fatty acids. monticelllo/iStockphoto/Getty Images)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을 많이 섭취할수록 조기사망 위험이 유의미하게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브라질 상파울루대 공중보건대학 카를로스 아우구스토 몬테이루 명예교수가 공동 저자로 참여한 이번 메타분석은 24만 명 이상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됐다.
논문에 따르면, 전체 칼로리 중 초가공식품의 비율이 10% 증가할 때마다 조기사망 위험은 약 3%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는 30세부터 69세 사이의 성인을 대상으로 했고 해당 연령대에서의 사망을 ‘조기’ 사망으로 규정했다.
초가공식품은 몬테이루 교수가 2009년 제안한 식품 분류 시스템 ‘NOVA’에서 4그룹에 해당하는 식품이다. 이들은 대개 원재료가 거의 없거나 전무하며, 저가 성분과 합성첨가물로 구성된 식품으로 맛과 외관을 강화하기 위해 화학적으로 가공된 성분이 다수 포함된다. 대표적으로 인스턴트 식품, 가공 스낵, 설탕음료, 냉동 패스트푸드 등이 해당한다.
몬테이루 교수는 “이런 식품에 대해 인체가 완전히 적응할 수 있다는 근거는 없다”며 “오히려 생체 시스템이 이들을 해롭거나 무의미한 물질로 인식해 손상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예방의학 저널(American Journal of Preventive Medicine)’에 실렸으며, 8개국의 식단 데이터를 바탕으로 초가공식품 섭취 감소 시 예방 가능한 조기사망률도 함께 추산했다. 연구에 따르면 초가공식품 소비 비율이 높은 국가에서는 조기사망의 14%까지 예방이 가능했으며, 소비가 낮은 국가는 약 4% 수준이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초가공식품 소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평균 식단의 약 55%를 차지했다. 연구진은 2017년 기준 초가공식품 섭취를 0으로 줄였을 경우 약 12만 4,000명의 사망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초가공식품 비중이 낮은 콜롬비아(15%)와 브라질(17.4%)에서는 각각 3,000명, 2만 5,000명의 사망 예방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학계 일각에서는 이번 연구의 해석에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니러스 애스버리 교수는 “관찰연구의 한계상, 초가공식품 섭취가 사망의 직접 원인이라는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케임브리지대 스티븐 버지스 교수 또한 “초가공식품이 원인이라기보다, 이와 관련된 건강습관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식품업계도 반발했다. 식품산업협회 소비자정책 부회장 사라 갈로는 성명을 통해 “편리하고 저렴한 가공식품을 ‘악마화’하는 것은 오히려 영양 불균형과 위생 문제를 초래하고 저소득층 건강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미국 터프츠대 팡팡 장 교수는 “미국 어린이의 3분의 2, 성인의 60%가 초가공식품에서 일일 칼로리를 대부분 섭취하고 있다”며, 식품산업 전반에 걸친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