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텍사스 상원교육위원회 청문회
[Austin] 텍사스 주의회가 대학 교육과정에서 이념적 편향 여부를 검열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자, 텍사스내 교수진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텍사스 상원 K-16 교육위원회는 20일(목) 공화당 브랜든 크레이튼(Brandon Creighton) 상원의원이 발의한 상원법안 37호(SB 37)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이 법안은 대학 이사회가 교육과정을 ‘이념적 편향’ 여부로 검토하게 하는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교수들의 통제되지 않은 권한을 바로잡겠다”는 명분 아래 대학 이사회의 감독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수십 명의 교수들이 목요일 해당 법안에 반대하는 증언을 하며, 이는 교수들의 교육의 자유뿐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의 자유까지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심의 중인 복수의 법안들은 텍사스 고등교육기관의 운영을 감독하는 이사회(Board of Regents) 권한을 대폭 확대하고, 교수진의 수업 내용과 커리큘럼을 “이념적 편향 여부” 기준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안을 지지하는 의원들은 “교수진의 통제되지 않은 권한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맞서 증언에 나선 교수들과 교육 전문가들은, 이러한 입법 시도가 정치적 간섭에 의한 검열로 이어질 수 있으며, 학문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경고했다. 일부 교수는 이는 “지식 생산이 아니라 이념 통제에 기반한 교육 체제”로의 전환이라고 비판했다.
휴스턴대학교의 세스 챈들러 법학 교수는 이 법안이 자유시장 경제, 헌법의 원래 해석, 심지어 노예제를 폐지한 수정헌법 제13조 등 다양한 주제의 교육을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수들은 이 법안이 교수들이 논쟁적인 주제를 소개하고 토론하는 데 있어 위축감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텍사스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의 교육심리학과 조교수 케이틀린 스미스는 “SB 37이 대학생들을 마치 어린아이처럼 대한다는 점이 특히 우려된다”며 “내 수업을 듣는 이들은 성인이며, 똑똑하고 사려 깊으며, 새로운 도전적인 아이디어를 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의 로이스 웨스트(Royce West) 상원의원은 공화당이 다수당이기 때문에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하면서도, 증인들에게 법안을 “좀 더 수용 가능한”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는 문구를 제안해달라고 요청했다.
교수들의 교육과정 및 인사 결정 권한 축소
SB 37은 교수들의 교육과정 및 인사 결정 권한을 축소하고, 그 권한을 주립대학을 감독하는 이사회에 이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사회는 주지사가 임명하며, 정책과 예산, 행정 결정을 내린다.
이날 초청 증인으로 참석한 보수 성향 싱크탱크 ‘텍사스 공공정책재단(TPPF)’의 수석 연구원 셰리 실베스터는 이 법안이 고등교육 내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을 금지한 기존 조치를 강화하는 ‘중요한 다음 단계’라고 주장하며 성별, 인종, 정체성과 관련된 수업이 연방주의자 논문이나 독립선언서를 다루는 수업보다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SB 37은 또한 학장, 교무처장 등 주요 보직자의 임명에 대해 이사회가 최종 결정권을 갖도록 한다. 현재는 이사회가 주로 총장이나 시스템 총장 임명에만 관여한다. 웨스트 의원은 텍사스 공립대학에 천 명이 넘는 행정직이 있다는 점을 들어, 이사회에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사회는 이미 총장에게 의사를 전달함으로써 인사 및 교육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SB 37은 교수회(Faculty Senate)의 구성 방식과 자격도 법제화한다. 교수회는 교육과정과 동료 교수 채용 및 평가를 주도하는 자문기구다. 크레이튼 의원은 일부 교수들이 대학 지도부에 반발한 사례를 계기로 이들의 영향력을 제한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법안은 또한 텍사스 고등교육조정위원회 산하에 새로운 사무국을 설치해 대학이 관련 법을 준수하는지에 대한 민원을 접수하고 조사하도록 한다. 이 사무국은 9명을 고용하며 첫해 운영 비용은 200만 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상원 법안은 미국 전역에서 보수 진영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고등교육 내 DEI(다양성·형평성·포용) 프로그램 폐지 및 ‘좌편향’ 검열 움직임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텍사스 외에도 플로리다, 오클라호마 등 여러 주에서 유사한 입법이 추진되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안미향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