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NPR (Shipping containers are stacked high at the Port of Long Beach in California on March 4. Frederic J. Brown/AFP via 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았지만, 미국 경제는 오히려 장기 침체로 진입가능한 신호를 보이고 있다.
미 상무부가 4월 3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2025년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연율 기준 0.3% 감소했다. 이는 전년도 4분기의 2.4% 성장에서 급격히 하락한 수치로,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대규모 관세 정책 시행 직전에 발생한 수입 급증과 정부 지출 감소 등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이번 GDP 보고서는 바이든 행정부 말기와 트럼프 행정부 초기의 경제 상황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특히 기업과 소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효 이전에 물품을 앞당겨 들여오면서 수입이 급증했고, 이는 GDP 수치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 공영라디오 NPR에 따르면 미국 경제의 가장 큰 축인 개인 소비도 둔화됐다. 1분기 개인 소비 증가율은 연율 기준 1.8%로, 전분기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는 “소비자들은 여전히 경제를 이끌고 있지만, 이전만큼의 힘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기 침체는 신뢰 상실에서 시작된다”며, 소비자들이 일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믿음을 잃으면 소비가 줄고 침체가 시작된다고 경고했다.
비영리 단체 콘퍼런스보드(Conference Board)가 발표한 소비자 신뢰 지수는 5개월 연속 하락했으며, 현재는 팬데믹 초기 수준으로 떨어졌다. 관세는 이제 인플레이션보다 더 큰 소비자 우려 요인으로 부상했다.
3월 실업률은 4.2%로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노동 시장 전망에 대한 기대감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4월 29일 기준, S&P 500지수는 취임일 이후 7.3% 하락,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1% 급락하며 1970년대 이후 신임 대통령 출범 초반 최악의 주가 흐름을 기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수입품 전반에 10%의 관세를, 중국산 일부 품목에는 최대 14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여기에 추가 관세를 예고했다가 다시 철회하는 등 정책 혼선이 이어지며 기업들은 극심한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보스턴에서 조명과 가구를 수입·판매하는 커트 카펜터 씨는 “이번 관세는 2008년 금융위기보다 사업에 더 큰 타격을 줬다”며 “결국 이건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세금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고객을 경쟁사에게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아예 거래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제조업체들은 관세 정책을 반기고 있다. 미시간의 사출금형업체를 운영하는 톰 바 씨는 “예전에는 중국 업체에 빼앗겼던 주문들이 최근 들어 다시 문의가 오고 있다”며 “포드에서도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보다 정밀하고 전략적인 관세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당시 “미국 제조업 부활”을 약속하며 관세를 강력한 무기로 제시했지만, 현재의 지표들은 오히려 경기 위축과 소비 위축이라는 부작용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에 어떤 장기적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안미향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