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The Times (신라 시대인 681년에 건립된 천년 고찰인 의성군 고운사도 화마를 피하지 못하면서 주요 건물인 가운루(駕雲樓)와 연수전(延壽殿) 등이 불에 탔다. 다행히 8세기 석조 부처상 등 일부 문화재는 안전하게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
한국 남동부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로 인해 최소 24명이 숨지고, 26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12명은 중태로 전해졌다. 산불은 지난 21일 경남 산청군에서 시작돼 경북 의성군 등 인근 지역으로 급속히 확산됐다. 현재까지 23,000명 이상의 주민이 대피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번 산불을 “전례 없는 위기”로 규정하며 “우리나라 산불 역사상 최악의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고 밝혔다. 소방청은 25일(화) 대응 수준을 최고 단계로 격상했고, 26일(수)에는 의성 지역 산악 지대에서 산불 진압 중이던 소방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가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산불은 강한 바람과 건조한 날씨를 타고 경북 의성, 안동, 청송, 영양 등으로 번졌다. 피해 지역에서는 수천 명의 소방대원과 군 병력 5,000여 명이 진화 작업에 투입됐으며, 주한미군 소속 헬리콥터도 동원됐다.
특히 경북 의성에서는 618년에 창건된 1,300년 고찰 고운사가 화마에 전소됐다. 한 스님은 “사찰이 불에 탔다는 소식을 듣고 망연자실했다”며 “복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조선시대 국보로 지정된 불교 건축물도 이번 화재로 소실됐다고 밝혔다.
주민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안동의 한 주민은 “우리 집이 완전히 타버렸다. 거의 무너진 상태”라고 BBC 코리아에 전했다. 의성에 사는 30대 남성은 “이곳은 어르신들이 대부분인데, 집이 다 타버리면 갈 곳이 없다”고 호소했다.
트럭 운전사 이승주(39) 씨는 “차를 몰며 산이 타는 걸 봤다. 마치 종말 같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수요일 해당 지역에는 비 예보가 없고, 목요일에도 5~10mm 정도의 소량 강수만 예상된다. 당국은 “강풍으로 인해 진화와 구조 작업이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은 올해 들어 평년보다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며 이미 244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배 많은 수치다. 정부는 불법 소각 등 산불 원인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개인의 부주의에 대해서도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 피해상황 – 17,752헥타르(약 43,866에이커)의 산림 소실, 300여채 건물과 공장 파괴, 경북 의성군 고운사 전소 등 문화재 피해
- 대피상황 – 약 28,800명의 주민 대피, 안동시 등 여러지역에서 추가 대피명령
- 진화작업 – 약 4,650명의 소방 인력과 130여 대의 헬리콥터가 투입됐으나 강한 바람과 건조한 날씨로 진화에 어려움
- 화재 원인- 성묘객의 인위적 발화로 인한 것으로 추정
안미향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