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CNN (Truth and Reconciliation Commission Chairperson Park Sun Young, right, comforts adoptee Yooree Kim during a press conference in Seoul, South Korea, on Wednesday, March 26, 2025. Ahn Young-joon/AP )
한국 정부가 해외 입양 아동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출생 기록을 조작하고, 부모가 자녀를 유기했다고 허위 보고했으며, 입양 부모에 대한 안전성 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진상조사 결과가 26일(한국시간) 발표됐다.
당국에 따르면,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해외로 입양된 한국 아동은 20만 명이 넘는다.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의 참화를 겪고 재건 중이던 가난한 시절, 한국은 거대한 해외 입양 산업을 키워왔으며 이는 수익성 높은 사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사는 이들 입양인들은 성인이 되어 자신의 뿌리를 찾는 과정에서, 일부 입양 기관이 강압과 기만으로 입양을 추진했으며 심지어 일부는 어머니로부터 강제로 떼어놓았다고 주장해왔다.
정부 산하 진실화해위원회는 26일(수) 1964년부터 1999년 사이 해외로 입양된 사람들 중 367명이 제기한 진정 중 100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 대상 입양인들은 총 11개국 출신으로 대부분의 입양인들은 오랫동안 입양 과정에서 부패와 위법 행위가 있었을 것으로 의심해왔다.
조사된 100건 중 56건은 한국 헌법 및 국제 인권 규범상 권리를 침해당한 ‘피해자’로 인정됐다고 위원회는 밝혔다.
이상훈 진실화해위원은 기자회견에서 “당시 입양은 정부 감독 없이 민간 기관 중심으로 이뤄졌으며, 이들 기관은 입양부모의 기부에 의존했기 때문에 더 많은 아동을 해외에 보내야 하는 압박을 받았다”며 “이런 구조는 불법 입양의 위험을 높였다”고 지적했다.
조사에 따르면, 입양 아동의 신분이 의도적으로 바뀌거나 출생 부모로부터 유기된 것처럼 허위로 기록된 사례도 있었다. 입양 동의 과정에서 부모의 동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입양 절차에도 여러 문제가 있었다. 입양 부모에 대한 사전 심사가 부실했고, 보호자의 방임, 입양을 조건으로 한 금전 요구 등의 사례가 있었다.
한 예로, 한 산모는 출산 다음 날 입양 동의서에 서명했으며, 입양 기관은 이 여성과 단 한 차례 인터뷰한 후 아이를 넘겨받았다. 이 과정에서 신원 확인이나 생물학적 관계를 증명할 어떤 서류도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는 2022년 시작돼 오는 5월 마무리될 예정이며, 지금까지의 결과는 수십 년간 이어져온 구조적 부실과 강압의 증거를 추가한 것으로 평가된다. 위원회는 이를 “외국의 수요에 맞춘 대규모 아동 수출”이라고 표현했다.
위원회는 정부에 ▲공식 사과, ▲입양인 국적 현황에 대한 전면 조사, ▲신분이 조작된 피해자에 대한 구제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덴마크에서 성장한 입양인 한분영 씨는 자신의 사례가 포함된 첫 100건 조사 결과에 대해 “모두가 오래 기다려온 순간이다. 드디어 승리를 얻었다. 분명한 승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료 부족으로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가폭력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정보가 없는 사람은 피해자가 아니라고 하는 건 모순이다. 우리가 가진 정보 자체가 조작되었고 바뀌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입양인 마리안 오크 닐슨 씨는 아직 자신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며, 절반 가까이의 입양인이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았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그녀는 CNN과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어떤 문서도 없었던 우리는 권리를 주장할 수 없었다. 이건 개인을 넘어서 인권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해외 입양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2010년대 이후 한국이 입양법을 개정하고 제도적 문제를 개선하면서 그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안미향 기자 [email protected]